당신에게는 어떤 향기가?
당신에겐 어떤 향기가 나는가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중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는 가장 많은 공통분모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40년도 넘었건만 그분이 남긴 삶의 자취와 향기가 너무 진하기 때문에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유일한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을 하며 법학 공부를 하였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을 설립하였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제도인 종업원들에게 주식의 30% 이상을 배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였다. 유한양행은 깨끗한 경영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정치자금 운운하던 제3공화국 시절, 정치자금을 거부하던 유일한 박사는 정치적 보복을 당할 위험에 처했있었다. 하지만 세무조사에서 오히려 털어서 먼지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동탑 산업 훈장을 받기도 하였다.
기업을 하면서도 유한학원을 설립하여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업의 길을 열어주는 등 사회적으로 아름다운 일들을 펼쳤다.친 동시에 1969년 50년간 맡았던 기업 CEO 자리를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주며 기업 문화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국내기업의 전문경영기업인 시대가 열렸다.
유일한 박사가 존경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1971년 유명을 달리 하시며 그분이 남긴 유언장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공익 기업에 기부하셨으며 자식들에겐 유산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가 가족에게 남긴 유산은 매우 적었다. 아직 어린 손녀에게 대학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 딸에게 대지를 5,000평 상속하여 학생들이 뛰놀 수 있는 동산으로 꾸미도록 하는 것, 미국에 있는 장남은 대학까지 졸업했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유언이 전부였다.
유일한 박사처럼 향기나는 삶을 살아야
유일한 박사는 죽음이란 마지막 관문을 지나고 난 뒤에도 남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어떻게 그러한 대기업을 이끌던 분이 가족에게 거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가 일생을 통해 보여준 삶의 자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향기는 대대로 전달되었다. 그의 딸 유재라 여사 역시 자신의 재산 2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존경받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유일한 박사를 무척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그분의 평전과 일대기 등을 빠짐없이 읽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를 찾은 이유는 그분이 남긴 향기가 너무 진하기 때문이다. 은은하게 오래가는 향기는 오랜 시간을 거쳐 정제되고 숙성되어 발향한다. 유일한 박사는 평생이란 오랜 시간 내내 사람을 사랑하고 아낀 것들이 정제되고 숙성되어 향기를 내는 것 아닐까 싶다. 그 분의 향기나는 삶은 바쁜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추는 쉼터와도 같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흐뭇하게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만든다.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그만큼 중요하다. 사람마다 고유한 향기가 있다고 한다. 어떤 이들에겐 향기라고 할 수 없을 냄새가 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무향무취다. 얼마나 재미없고 멋없는 인생인가. 이제부터라도 향기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관계도 꽃과 벌 같은 관계를 이루어야
우장춘 박사가 새벽부터 배추밭에 나가 배추를 들여다보며 기록을 하고 있자 제자들이 들어가 쉬시라며 그를 만류했다. 그때 고집을 피우며 끝까지 배추밭을 지키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가 죽은 뒤 신으로부터 너는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했느냐 물으면 뭐라고 하겠나. 나는 말이야 '배추 잎사귀 하나 사람들 먹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하고 대답할 생각이네.”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익을 위해 인생을 바친, 그만의 향기를 세상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올려놓은 셈이다. 우리도 이러한 향기나는 삶을 꿈꿔야 한다. 과연 나는 어떤 향기를 간직한 사람인가, 자신에게 늘 자문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향기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지 자기 성찰을 해 보아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 하나만 먼저 알려주자면 내 것만 취하지 않는 것이다. 벌은 꽃에서 꿀을 따지면서 상처를 남기지 않고 오히려 열매를 맺도록 꽃을 도와준다. 내 것을 취하기 급급해 남에게 상처를 내면 그 상처가 썩어 결국 근원조차 잃고 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꽃과 벌 같은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세상은 꽃과 열매와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나게 되어 있다.
역지사지 원칙 반드시 필요한 긍정 에너지
얼마 전 냉정하다고만 여겨졌던 법정에서 따뜻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당시 서울 서초동의
법원청사 소년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16세의 A양은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아 무거운 보호 처분을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학생 여러 명에게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삶이 바뀌었다.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A양은 그 사건
이후 학교에서 겉돌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며
14차례나 범행을 저질렀다. 더 이상 삶을 즐기면서 살아야 할 이유도 못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절도죄로 붙잡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
그때 A양 사건을 재판하던 김귀옥 부장판사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아무 혐의가
없다는 불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다. 판사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립니다. A양 앞으로 나오세요.”
눈물범벅이 된 A양은 판사 앞으로 나왔다. 그때 판사가 아이를 향해 말했다.
“자, 힘차게 외쳐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은 나지막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더 큰소리로!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순간 법정에 있는 아이, 아이의 어머니, 부장 판사, 재판 진행을 돕던 법정 경위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알았지? 손 한번 잡아보자.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서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이 재판은 비공개였지만 서울가정법원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요즘 참 보기 드문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마음가슴이
아직도 훈훈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역지사지란 말을 우리는 참 자주 사용한다. 상대편과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는
역지사지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긍정 에너지이다.
서울시 강서구의회 의역지사지 정신으로 활동원 이 되어
예전에 내가 시골에 살 때의 일이다. 우리 집은 워낙 식구가 많은데다가 형편이 좋지 못했는데도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는 손님들이 오시면 그냥 돌려보내지 않으셨다. 옛날부터 집안에 숟가락 소리가 많이 들려야 복이 많다고 하여 찾아온 손님을 홀대하지 않고 먹이고 재우셨던 것이다. 그 손님들 역시 어려운 처지였던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셨기에 집안의 복을 핑계 삼아 한 끼 따뜻한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셨다. 이러한 영향 때문이었을까. 지역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서울시 강서구의회 의원 활동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민원을 해결하러 다녔다. 의회에서 가장 많은 발언을 하고 전국 기초의원 중엔 최초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역지사지 정신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주민의 대표로 선출되었으니 주민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해결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야말로 주민의 입장이 되어 생활하였다. 청소년들을 유해한 환경으로 이끄는 지역구의 문제엔 부모의 입장이 되어 유흥시설을 제한하기 위해 싸웠고, 일자리가 없는 88만 원 세대의 문제에는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에 연연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취업 알선 제도를 위해 뛰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직업정보제공 사업으로 지에스데이타㈜www.gsdata.co.kr를 설립하여 많은 중소기업과 구직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다. 역발상의 전환으로 역지사지 진심이 통했고 상상 외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역지사지 정신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역지사지 정신 하면 세종대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인 한글 창제 역시 역지사지 정신에서 나온 성과였을 것이다. 한글을 창제한 가장 큰 이유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의 처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그들의 처지가 되어 생각한 임금의 마음이 한글 창제로 이어진 것이다.
세종대왕의 역지사지 정신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일 수 있지만 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준 그의 결단은 백성사랑의 절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당시 노비들은 소유물로 생각되던 계급이었음에도 그들에게 출산 휴가를 주게 된 것은 역지사지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역지사지 정신은 사람과 사람이 사는 세상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소년 법정에서 발휘된 판사의 역지사지 정신으로 16세 어린 청소년이 자기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민족이 역지사지 정신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었던 것처럼,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창제하고 노비에게 휴가를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름다운건강100세
글:권선복 지에스데이타㈜ ․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