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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老化)

노신사노신사 2015. 5. 18. 12:52

 

우리가 ‘노화’나 ‘늙음’에 대한 바른 정보가 없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 때문에 늙는 게

 더 두려운 건 아닐까

시사주간지 <뉴스 메이커> 편집장 유인경
요즘 사람들을 보면 모두들 “죽어도 못 늙어!”라고 외치는 것 같다. 연예인들처럼 얼굴이 무기이자 생명인 이들이야 미모에 연연하고 주름살이나 불어난 몸매가 치명적이어서 신경을 쓰겠지만, 일반인들까지 모두 절대 늙지 않겠다며 결사투쟁을 벌이는 것 같다.

일단 시중에 판매되는 건강보조제들을 보면 모두 항산화물질이 들어가 노화 억제’ 등 온통 노화 방지를 강조한다.

 

화장품 설명서만 보면 절대 안 예뻐지거나 안 탱탱해지거나 주름질 이유가 없을 것처럼 모두 안티에이징을 표방한다. 성형외과나 피부과만이 아니라 산부인과에서까지 노화 예방에 좋다며 태반 주사와 보톡스 등을 시술하고 모든 병원들이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다이어트나 헬스 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늙고 싶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겠다고 잘 어울리지도 않는 청바지를 낑낑대며 입기도 하고, 밤마다 ‘링클 케어’라고 적힌 아이크림을 부지런히 바른다.

그리고 요즘은 청국장 등 몸에 좋다는 음식들에 손이 가서 확실히 내가 늙긴 늙었다고 실감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얼굴이 팽팽하고 몸짱이면 뭐 하나. 몸과 마음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환갑이 넘었는데도 똥배도 안 나오고 주름살도 없는 데다 젊은 여성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많은 가수 조영남씨를 만났다. ‘

몽타주’로는 40대 후반으로 봐줄 만하다. 그런데 그도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했다.
“같이 극장 가서 영화를 보고선 감동해서 대화를 나눈 아가씨한테 며칠 후에 만나서 내가 그러는 거야. 그 영화 정말 죽이니까 꼭 보라구. 그럼 ‘어머, 저랑 3일 전에 보신 영화잖아요’라고 하는데 와,

식은땀이 흐르더만.”

기억력 감퇴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스무 살 청년도, 일흔 살 노인도 모두 열일곱의 풋풋한 마음으로 돌아가는데, 중요한 건 그 풋풋함의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가 ‘노화’나 ‘늙음’에 대한 바른 정보가 없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 때문에 늙는 게 더 두려운 건 아닐까.

언젠가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이승헌 총재가 “만약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면 아무도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고통에 떨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죽으면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

영혼이 구천에 떠돌 거다, 혹은 이상한 동물로 태어나 죽자 사자 고생한다 등의 부정적이고 공포 가득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들 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걱정부터 한다는 것이다.

만약 죽은 후에는 패자부활전처럼 내가 꿈꾸던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거나, 너무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펼쳐진다면 죽는 순간에 즐겁고 신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웃으면서 눈을 감을 수 있다는 논리다.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늙어서 여기저기 병이 들고, 기억력은 감퇴하고, 주변 사람들이 심술쟁이 노인네라고 싫어하고, 마음은 동방신기여도 몸은 현철 등등 온통 서글픈 정보들만 입력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최근 외신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덜 행복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나이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감을 더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 소재 미시건 의과대학의 히더 레이시 박사 연구팀은 542명을 대상으로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을 측정한 결과 나이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1~40세가 273명, 60세~86세가 269명으로 뚜렷이 세대가 갈린 조사 대상자들은 1~10까지 10단계로 나눠 행복감에 대해 응답한 결과 젊은 세대가 평균 6.65로 나타난 반면 노년 세대는 7.32로 이보다 높았다.
이들은 상대방 세대의 행복도에 대해서 추정하도록 한 결과 젊은 세대가 노년 세대에 대해 6.19에 불과할 것이라고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 반면 노년 세대는 젊은 세대에 대해 7.65 정도의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고 대답해 실제보다 높게 평가했다.

또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더 원숙하게 대처해나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호주의 시드니 대학 연구진이 밝혔다. 이들은 12~79세의 건강한 남녀 242명을 대상으로 심리 특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신경 과민적 특성이 나이 들수록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2~19세가 가장 신경 과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두뇌작용의 영상 이미지 분석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할 때 나이 든 사람들이 전두엽 전부의 중앙 부위를 더 활발히 사용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두뇌 반응을 젊은 사람보다 잘 조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고 학벌에 명문대 교수인 한 여성학자가 얼마 전 뇌수술을 했다.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 있었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자꾸만 머리가 아프더란다.

그래도 바빠서, 또 두려워서 참고 견디다 그야말로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더니 뇌종양이라고 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제 일상생활에 복귀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40대 중반에 말 그대로 ‘뚜껑을 열었다’가 덮었더니 삶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생활도 변했어요.

제가 제 몸은 물론 뇌에 대해서도 너무 혹사만 했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해 죽을 뻔한 거잖아요. 이젠 정말 숨쉬는 것 하나, 눈에 보이는 물건 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제가 화가 난 것인지 기쁜 것인지 제 마음과 생각에 집중하게 돼요.

그리고 그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어요. 화가 나면 무조건 참기만 했는데 왜 화가 났는지 생각을 정리하고 정말 화가 나면 화를 내요. 편도가 부풀면 저만 손해니까요.”

화장과 수술로 얼굴과 몸만 젊게 만들게 아니라 뇌를 잘 다스려 언제나 싱싱한 생각과 신선한 사고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월간조선 펌)


글 ·유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