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슴에

아직도 내마음 못미쳐으니..

노신사노신사 2006. 8. 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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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이 생장하고, 추우면 시들어 죽게 된다.

그러므로 성품과 기질이 맑고 차가운 사람은 받아서 누리는 복도 박하다. 오직 화기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만이 그 복 역시 두텁게 받고, 그 은택 역시 오래간다하니...

♣♣♣

조선 선조 때 사람 홍순언(洪純彦)은 역관의 신분으로 당릉군(唐陵君)에 봉해졌던 인물이다. 그가 젊었을 때의 일로 어느 해인가 사신을 따라 북경에 간 일이 있었다.

마침 일행과 함께 기생집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그 집의 서사가 한 방을 가리키며 수작을 걸어왔다.

「 저 방에 있는 여자는 아직 머리를 얹지 않은 숫처녀인데, 미색이 천하일색으로 혹시 의향이 있으시면 따로 불러 드리지요. 」

홍순언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 여자가 있는 방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서사의 말대로 여자는 과연 천하일색으로 앳돼 보이는 처녀였다.

처녀의 눈빛이 하도 처연해서 홍순언이 물었다.


「 무슨 사연이 있는 듯한데 내게 그 연유를 말해 줄 수 있겠소? 」

그러자 처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딱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 소녀는 죄를 입어서 이번에 처형당한 병부상서의 외동딸인데 아비의 장례비를 마련하고자 유곽으로 나왔사옵니다.

아비의 장례를 치르도록 도와주신다면 몸을 허락하고 평생 동안 수절하겠나이다. 」

듣고 보니 사정이 너무 딱한지라 홍순언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아비의 장례를 치르도록 조처해 주고 처녀는 그대로 돌려보냈다.

세월이 흘러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홍순언은 명나라로 원병을 청하러 가는 사신 일행을 따라 다시 북경에 가게 되었다.

북경 가까이 도착했을 때 홍순언을 찾는 사람이 마중 나와 있었다.
「 병부상서 석 성 대감께서 홍 역관을 찾으십니다. 」

영문도 모르는 채 그 사람을 따라갔는데 홍순언 앞에 절을 올리는 여자가 있었다.
「 혹시 소녀를 기억하시는지요, 소녀는 십여 년 전에 대인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던 ..... 」
자세히 보니 그때 그 처녀가 분명했다.

그녀는 홍순언의 덕택으로 무사히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석 성의 후실이 되었던 것이다.

원병을 청하는 것이 바로 병부상서의 소관이어서 파병을 하겠다는 확답을 받기까지 홍순언의 선행이 큰 힘이 되어 주었음은 물론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여자는 비단이 가득 담긴 큰 함을 주었다.

비단에는 필마다 “보은 단(報恩 緞)”이라고 수놓아져 있었다.

뒤에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선조 임금은 홍순언에게 광국공신(光國功臣)이라 서록(敍錄)하여 당릉군이라 칭호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