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 23

천하의 양의

당신이 천하 양의입니다 군시양의(君是良醫) 어떤 젊은 과부 하나가 강릉(江陵)기생 매월(梅月)이와 이웃을 삼아 살고 있었다. 매월은 그 자색과 명창으로써 한때에 이름이 높았으므로 일대의 재사(才士)와 귀공자들이 모두 그 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때는 마침 여름철. 어느 날 이었다. 매월의 온 집안이 유달리 고요하여 인기척이 없기에 과부는 괴이히 여겨 남몰래 창을 뚫고 엿보았다. 그런데, 어떤 한 청년이 적삼과 고의를 다 벗은 몸으로 매월의 가는 허리를 껴안은 채, 구진구퇴(九進九退)의 묘법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과부는 기생의 여러 가지 교태와 사내놈의 이러한 음탕을 평생 처음으로 본 과부인 만큼 그 청년의 활기를 보자, 음탕한 마음이 불꽃처럼 일어 억제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스스로 애무하..

한국고전 2022.03.15

절연지연

絶纓之宴(절연지연) 춘추시대 때 초나라의 장왕이 무슨 전쟁에서 이겨가지고 문무백관을 모아 성대한 연회를 했다. 한창 즐기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등불이 다 꺼졌다. 그래도 다들 꽤 취해서 그러려니하고 놀고 있는데 왕의 애첩이 비명을 지르더니 장왕에게 가서 '누군가가 어둠을 틈타 저의 가슴을 만지고 희롱했습니다. 제가 그 남자의 갓끈을 뜯어 표시를 해두었으니 등불을 켜고 갓끈이 없는 자를 잡아주세요' 그러자 장왕이 다들 격식차리지 말고 편하게 즐기자며 모두 갓끈을 풀게 한 뒤에 등불을 켜서 결국 범인은 찾아내지 못한 채 연회가 끝났다. 몇년뒤에 진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했는데 초나라가 져서 장왕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한 장수가 목숨을 걸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장왕을 구했다. 그때 장왕이 묻기..

한국고전 2021.10.14

숙종과 갈처사 명당애기

​ ​ 숙종 임금에 대한 정치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숙종 임금은 누구보다 백성을 아꼈던 위대한 성군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 그러다 보니 정조대왕과 더불어 조선 역대 왕들 중 가장 암행 (임금이 정체를 감추고 민간을 시찰하는 것, 민정시찰이라고도 함) 을 많이 했던 임금이기도 했었습니다. ​ 이 이야기는 숙종이 수주(지금의 수원)로 암행을 나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 숙종이 수원 어느 고을을 지나던 중 한 젊은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한 젊은이가 옆에 관을 두고 구슬피 울면서 냇가 옆에 땅을 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이를 이상하게 여긴 숙종 임금은, ​ "이보게, 자네는 어찌 하여 냇가 옆에 땅을 파고 있는 것인가?" ​ 하고 물었습니다. ​ "간밤에 저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그런..

한국고전 2019.10.30

맹사성일화(2)

그냥 지금 돌아가시오. ​ 조선 시대 초기에 청렴함의 대명사이었던 맹사성의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잠시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에 있으면서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때, 한 젊은 선비가 와서는 맹사성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보시오! 노인. 지금 건넛마을에 급한 일이 있는데 보다시피 내가 새 버선에다 새 도포를 입어서 개천을 건너기가 곤란하니 나를 좀 업어서 건너가게 해주시오. 그러면 오늘 낚시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돈은 주겠소.” 맹사성은 “제가 노인이라 기운이 많이 모자라지만, 어디 이리와 업히시오.”라고 말하면서 젊은 선비를 업어서 강을 건너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를 가는 중이냐고 물었지요. 이 젊은 선비는 “여기 맹사성 정승 대감이 내 부친 친구이신데, 벼슬 자리 하..

한국고전 2017.04.01